기상악화로 몇달동안 기다려온 울릉도 산행을 몇시간 앞두고 취소되었다.
온통 그 기대로 보내온 시간이 있어서 아쉬움이 컸고 주말 계획을 잃어버린 그 허전한 맘을 달래기 위해
쏟아져 내리는폭풍우와 최악의 황사가 온다는 예보도 무시해 버리고
그동안 가끔씩 가는 산악회가 지리산 종주를 간다하기에 무조건 신청했다.
길남님도 신사님도 같이 가신다하여 함께 했다.
늘 혼자가던길을 오늘은 든든한 지원군이 둘이나 생겼으니 시작부터 맘이 즐겁다.
토요일 밤 12시30분에 안성휴게소에서 인천에서 오는 산악버스차량을 타고 성삼재에 4시에 도착하였다 .
해마나 경방이 풀리는 첫날 연례행사처럼 성삼재에서 중산리까지 지리산 주능선 종주를 한다.
작년에는 전날 눈이 30센티 이상이 쌓여 아이젠도 없이 산행하니 전구간에 쌓여있는 미끄러운 눈때문에
중간에 포기한 아쉬움을 달 래보려했는데 비도오고해서 우리일행은 거림에서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내려가기로했다.
네시에 성삼재에 절반을 내려주고 우리 일행과 나머지 산꾼들은 1시간40분을 달려거림매표소에 도착하였다.
오늘도 기분 좋은 날을 예고하듯 밤새도록 차창을 두드리던 비는 거짓말처럼 그쳐주고
싱그러운 물을 머금은 연록색 나무와풀들이 반겨주고 계곡의 물소리는 어찌나 시원스럽게 귓속을 울리는지...
세상을 다 얻은것 마냥 들뜬 기분으로 산행을 시작하였다.
종주팀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쫒기듯이 발걸음을 옮기던 지리산 산행..
오늘은 시간이 주는 여유로움으로 쉬며..놀며..엄마품 같은 지리산에 푹 안겼다 가자고...
지리산을 맘껏 즐기기로했다.
비온뒤의 말고 싱그러움~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 ~가슴속까지 파고들듯 불어주던 시원한 바람...
이 기분 같이 그곳에서 산을 오르는 이들이라면 공통으로 느끼는 기분이었으리라~
그런데 7부능선쯤 오르고 이제 아름다운 지리산을 맘껏 즐기려는 것을 시샘을 하듯 앞산도 보이질 않게 뿌연 황사가 앞을 가렸다.
그래도 비가 안오는것도 얼마나 다행이냐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그냥 지리산을 즐기기로했다.
비가 많이 온다고...최악의 황사가 몰려온다고..해마다 경방이 풀리는 첫날 인산인해를 이루던 지리산은 산장에서도 산길에서도 산꾼들을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산이 텅 비어있었다. 아~!이런날도 있구나~
햇볓이 따사롭게 내려비추던 산행길..소백산 칼바람만 세찬줄 알았는데..몸을 가눌기 힘들정도로 불어대던 바람...
촛대봉에서 뒤돌아본 세석산장의 포근함.. 제석봉에서 기대했던 운무에 쌓인 그 골짜기도...겹겹이 쌓인 산 그리메도 볼수 없었지만
천왕봉을 오른 그 순간 천하를 다 얻은 뿌듯함...
어떤 상황이던 내가 하고자하고 실행을하면 100프로의 만족은아니더라도
기대이상의 성취감과 그에 따르는 행복함을 얻을수 있다는걸 새삼 느끼고 온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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