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스쳐보낸 뒤에야 사랑은 / 복효근
세상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산길에선 정말 믿을 사람 하나 없다
정상이 어디냐 물으면
열이면 열
조그만 가면 된단다
안녕하세요 수인사하지만
이 험한 산길에서 나는 안녕하지 못하다
반갑다 말하면서 이내 스쳐가버리는
산길에선 믿을 사람 없다
징검다리 징검징검 건너뛰어
냇물 건너듯이
이 사람도 아니다 저 사람도
아니다 못 믿겠다 이 사람
저 사람 건중건중 한 나절 건너뛰다보니 산마루 다 왔다
그렇구나, 징검다리 없이
어찌 냇물을 건널 수 있었을까
아, 돌아가 껴안아주고 싶은,
다 멀어져버린 다음에야 그리움으로 남는
다 스쳐보낸 뒤에야 사랑으로 남는
그 사람 또 그 사람......
그들이 내가 도달할 정상이었구나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이 산길에 나 하나를 못 믿겠구나